황기로가 초서로 쓴 차운시
초서 草書
  • 황기로黃著老(1521~1575 이후)
  • 조선 16세기 후반
  • 종이에 먹
  • 증9491
  • 2019년 윤광자(故윤익성) 기증
  • 보물

고산孤山 황기로가 다른 사람의 시를 감상한 뒤, 그 운韻에 따라 지은 시를 초서로 쓴 것입니다. 황기로의 글씨 중에서는 중간 크기에 해당하며, 큰 글씨 작품보다 획이 깔끔하고 구성도 단정합니다. 특히 둥글고 강하게 꺾이는 획, 그리고 사선으로 길게 뻗는 삐침이 인상적입니다. 황기로는 이러한 과장된 붓놀림을 절제된 감필법減筆法으로 다듬었고, 빠르고 유려한 붓의 흐름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 있는 초서풍을 만들어냈습니다.

원문 및 해석
공경히 차운하다
가을바람에 천리 길 은자를 방문하여
한나절 매창에서 담소하며 사귀었네
나도 안개 낀 강에서 낚시하는 사람
갈매기 대하는 것을 귀중하게 여기네
이상하게도 서로 만나 후의가 깊으니
쓸모없는 나는 머리만 세어 부끄럽네
무엇 하러 또 산중의 부채를 주시는가
성의가 없어 이런 물건을 주는 게지
강가에서 담소하니 정의가 깊어지는데
얘기하다 밤이 깊어 밝은 달 바라보네
설령 말하다 호계 지난 고사 아니라도
지금 이 순간 맑은 흥취 충분히 많네
당대의 문장가 네다섯 사람 모였으니
스님 아니면 어떻게 이런 친구 얻으리
시축에 향초를 키운다는 구절 없지만
도리어 선가의 귀중한 보배가 되리라
시축詩軸에 청천菁川·영천靈川·귤옹橘翁·송강松江·서하西河의 시가 있었는데 반복해서 읽기를 그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내용을 언급한 것이다.
고산孤山의 매학정주인梅鶴亭主人 쓰다.

敬次
秋風千里訪幽人
日半梅窓笑語親
我亦煙江垂釣者
白鷗相對自爲珍
怪汝相逢厚意多
自羞樗櫟鬢空華
如何又贈山中扇
不在誠心是物加
臨江相笑意偏多
話到更深對月華
縱未虎溪三笑過
此時淸興十分加
當代文章四五人
非師何以得情親
軸中無治蘭荃句
還作禪家萬寶珍
軸中有菁川·靈川·橘翁·松江·西河之詩, 圭復不已, 故及之.
孤山梅鶴亭主人書.

인문印文 「백봉白峯」 「태사지후 충신지손 太師之后 忠臣之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