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과 성종이 쓴 단정한 글씨
문종 초서·성종 행서 文宗 草書·成宗 行書
『열성어필列聖御筆』 4·5면
  • 글씨 문종文宗(재위 1450~1452) 등
  • 조선 후기 간행
  • 종이에 석판
  • 구5323

조선시대 임금들의 글씨를 모아 만든 책인 『열성어필』에 실린 문종과 성종의 글씨입니다. 두 임금의 글씨에서 당시 인기 있었던 글씨체인 조맹부의 서풍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종은 조맹부 글씨를 무척 좋아했고 왕희지 서풍까지 섞어 썼다고 전해지며, 글씨가 아주 정교하고 신비롭다고 평가받았습니다. 성종도 글씨를 잘 써서 조맹부의 송설체를 능숙하게 구사했고, 심지어 안평대군 글씨와 헷갈릴 정도였다고 합니다. 『열성어필』에는 조선 전기 임금들의 희귀한 글씨가 담겨 있어 역사적으로도 아주 소중한 자료입니다.

원문 및 해석
문종대왕어필
부슬부슬 저녁 비 와서 개이지 않으니
못 가의 풀밭에서 지렁이가 울어대네
낚시 그만두고 말 타고 귀로에 오르니
겨우 성문에 도착하자 종을 치는 소리

文宗大王御筆
廉纖晩雨不能晴
池岸草間蚯蚓鳴
投竿跨馬蹋歸路
纔到城門打鼓聲

성종대왕어필
재주가 얕아 형의 재주와 덕을 그릴 수 없으니 얼굴이 절로 화끈거립니다.
-위의 두 줄은 「존경하는 형님의 화상에 대한 찬[贊尊兄畫像]」 뒤에 쓴 짧은 편지이다.-

成宗大王御筆
才淺, 未能畫兄之才德,
顔自厚忸.
-右二行, 贊後短札.-

봄이 와 항상 일찍 일어나니
그윽한 일에 관심이 많아서지
돌을 쌓아 무너진 둑을 막고
나무 베어 먼 산 보이게 하네
초당 부근은 길이 구불구불해
천천히 걷다가 산에도 오르네
아이 종이 성시에 다녀왔는데
병 안에 술을 담아 돌아왔네

春來常早起
幽事頗相關
帖石防頹岸
開林出遠山
一丘藏曲折
緩步有躋攀
童僕來城市
甁中得酒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