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평대군安平大君 이용이 당나라 문인들의 시를 행서와 초서를 섞어 쓴 글씨를 후대에 목판으로 찍은 작품입니다. 나무판에 새긴 글씨라 획이 조금 각져 보이지만, 안평대군 특유의 시원하게 펼쳐지는 큰 글씨에서는 여전히 활달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이 작품에는 흘려 쓴 행서와 획을 과감히 생략한 초서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습니다. 삐치고 파인 획, 길게 뻗은 가로선, 글자의 위아래를 연결한 구성, 크기 차이를 둔 배열 등에서는 안평대군이 좋아했던 원나라 조맹부趙孟頫와 선우추鮮于樞의 영향이 뚜렷하게 보입니다.
원문 및 해석
(1폭)
누각과 숲에 올라도 함께 구경 못해 한스럽고
초나라 구름과 너른 바다 그리움은 끝이 없네
가을 산 아래 두세 집 들려오는 다듬이 소리
온 고을의 우거진 숲 차가운 비를 맞고 있네
踏閣攀林恨不同
楚雲滄海思無窮
數家砧杵秋山下
一郡荊榛寒雨中
(2폭)
쓸쓸히 나 홀로 여남으로 가노라니
가는 길에 기병 군영 자주 만났네
난리를 겪고서도 고목은 울창하지만
몇 집이나 외로운 성에 함께 살려나
蕭條獨向汝南行
客路多達漢騎營
古木蒼蒼離亂後
幾家同住一孤城
(3폭)
국가의 흥망성쇠 본래 시운에 달렸거니
오국 사람 곡해해 왜 서시를 원망하나
서시가 만약 오나라를 망하게 하였다면
월나라 멸망 땐 또 누굴 원망해야 하나
家國興亡自有時
吳人枉何怨西施
西施若解傾吳國
越國亡時又是誰
(4폭)
송사에서 언젠가 학과 함께 살았는데
밤 깊은 전각에는 달빛만 비추고 있네
누가 동쪽 누각 기둥에 기대어 있나
한창 천 산의 눈이 계곡에 녹아 흐르네
松寺曾同一鶴棲
夜深臺殿月高低
何人爲倚東樓柱
正是千山雪漲溪
(5폭)
신록의 이월에 외로운 배로 돌아오니
맑은 강엔 물 가득 산에는 꽃이 가득
묻노니, 고향에 사는 은거한 군자는
이따금 오가며 인간 세상에도 사는지
新林二月孤舟還
水滿淸江花滿山
借問故園隱君子
時時來去住人間
(6폭)
홀로 타향에서 낯선 객이 되었으니
명절 때마다 부모형제 더 그립구나
지금 형제들이 높은 산에 올라가서
나만 빠진 채 다 수유 가지 꽂았겠지
청지
獨在異鄕爲異客
每逢佳節倍思親
遙知兄弟登高處
遍揷茱萸少一人
淸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