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보(1467~1555)는 조선 중종 대 문신입니다. 초상에서 그는 머리에 사모 대신 검은 발립鈸笠을 쓰고 있으며, 오른손에 불자拂子를 들고 왼손은 허리의 서대犀帶를 쥐고 있습니다. 벼루갑과 서책이 놓인 경상經床 앞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었는데, 이는 승려의 진영과도 같아 불교 회화의 영향이 엿보입니다. 실제로 이현보 아들의 문집에 그가 동화사의 승려 화가 옥준상인玉峻上人과 교유한 시문이 남아 있습니다. 이 그림도 1537년 이현보가 경상도 관찰사로 재직할 당시 옥준상인이 그려준 것으로 추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