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자연을 크게, 인간을 작게 그리는 거비산수巨碑山水를 바탕으로 하여, 거대한 자연 속에 순응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양식적으로는 언덕과 산이 각각 좌우로 치우쳐 배치되어 있으며, 두 작품을 나란히 놓으면 전체적인 구도가 균형을 이룹니다. 한쪽에는 강이 흐르는데,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배와 기러기가 장면에 깊이감을 더합니다. 또한 언덕 위로 솟은 소나무는 시선을 자연스럽게 먼 곳으로 유도합니다. 이처럼 거대한 자연, 한쪽으로 치우친 구성, 언덕 위 소나무, 강조된 공간감 등은 모두 안견파 화풍의 특징입니다.
원문 및 해석
(오른쪽)
산의 절은 희미하게 어른어른 山寺依微裏
강의 배는 넘실대는 물결 속 江帆蕩漾中
고깃배는 서둘러 정박해야만 漁舟須早泊
비와 바람이 걱정되지 않으리 不畏雨兼風
학포가 쓰다. 學圃寫
인문印文 「망치재장罔齒齋藏」
(왼쪽)
맑은 강가에 집 짓고 살면서 家住淸江上
밝은 창을 날마다 열어두네 晴窓日日開
숲 그림자 산마을을 감싸고 護村林影匝
물소리에 세상사 안 들리네 聾世瀨聲催
객선은 조수 따라와 정박하고 客棹隨潮泊
고깃배는 낚시 걷어 돌아가네 漁船捲釣廻
저 멀리 누대 위의 나그네는 遙知臺上客
산수를 구경하러 나왔으리라 應爲看山來
강이 넓어 세속 소식 차단하고 江闊飛塵隔
여울 소리에 세속 말 안 들리네 灘喧俗語聾
고깃배야 오지도 가지도 마라 漁舟莫來去
혹시 세상과 통할까 걱정되니까 恐與世相通
학포가 쓰다. 學圃寫
인문印文 「망치재장罔齒齋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