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조선의 새벽, 새로운 나라로

한 시대가 저물고 새 시대가 시작됩니다. 어떤 역사의 새벽녘을 들여다봅니다. 고려 말 1391년, 이성계와 그 측근들은 사리장엄을 조성하여 금강산 월출봉의 석함 안에 봉안했습니다. 고려 말 부처에게 기원하는 영험한 장소였던 금강산에 납입한 사리장엄에는 미륵의 세상이 오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습니다. 혼란한 세상에 내려와 사람들을 구원하는 존재인 미륵에게, 저무는 시대를 뒤로하고 새로운 나라를 열고자 한 이성계의 굳은 다짐을 투영했습니다. 사리장엄을 구성하는 금동 사리함에 보이는 티베트계 불교미술의 영향은 조선 건국 이후 전개될 불교미술의 한 단면을 제공합니다. 사리함이 담겨 있던 백자 발은 청자 중심의 고려 도자에서 백자 중심의 조선 도자로 이행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고려 말 사람들이 가지고 온 물질문화의 기반 위에서, 이제 새 나라 조선의 여정이 시작됩니다.